라이프로그


2017년 2월 14일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-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 및 행사 후기





오늘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.

초연때도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 극은 무대를 참 깊게 쓴다. 앞에서 거의 1/3을 비웠는데 왜 비웠는지 모르겠다.
그 빈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지도 않는다. 극 내내 그냥 빈 공간이다. 앞열에 앉으면 연주자들의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 보라고 무대를 뒤로 구성한건가. 그냥 연주자들의 무대를 좀 높여주면 좋았을 텐데...

왼편에 있는 마네킹에는(마네킹이라기보다는 몸통만 만들어 놓은) 코트를 입혀놨는데 그 뒤에 있는 피아니스트 자리를 일부 가렸다. 나중에 그 옷이 하나의 역할을 하긴 하는데 굳이 옷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어 보여서 무대를 가리는 소품보다는 꽃다발 정도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. 물론 어느 시점이 지나면 옷을 다른 곳에 두긴 한다.
무대 가운데는 두 방을 구분하기 위한 장치로 바닥판을 조금 올렸다. 니콜라이가 계속 여길 왔다갔다 하는데 걸려서 넘어질까봐 은근히 계속 신경쓰였다.

초중반은 소소한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 극 초반 몰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. 아니면 좀 지루했을 것 같다.
"아끼는" 을 "애끼는"으로 발음한다거나 비올라 연주를 들려주겠다며 끼익거리는 학교 종이 땡땡땡을 연주하는 식이다. 재미를 위해서는 실력이 늘면 안 되는데 왠지 막공이 가까워지면 실력이 조금은 늘 것 같다. 차이코프스키 흉내를 낼 때 동화 달이 웃어서 참사가 일어나나 싶었는데 겨우 넘어가서 왠지 아쉬웠다. ㅋㅋㅋㅋ

아쉽게도 유덕 라흐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. 좀 더 까칠하고 예민 보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아무래도 외모가 영향을 미친다. 너무 선하게 생기셔서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마이너스. 폭발하는 씬에서도 잘 몰입이 안 됐다.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씬인데 별로 와닿지가 않아서 눈물이 나오려다가 들어가고 나오다가 들어가고를 반복했다. 연기를 못한다기보다는 외모로 생긴 내 편견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맞겠다. 내가 생각하는 예민함의 표현 방식이 다른 것도 있는 듯 하고...
유덕 배우는 나나흰의 백석이나 솜의 앨빈 역할을 하면 내 취향일 것 같다.

이 극은 라흐의 상처만 치유하는 극이 아니라 달의 상처도 치유되는 과정을 담아서 참 좋았다. 서로의 아픈 곳을 찔러대고 그동안 외면하면서 살아온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... 너무나도 현실적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. 그리고 커튼콜 후 오롯이 연주자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방식도 참 마음에 들었다.


팬텀을 보며 발레에 관심이 생긴 것처럼 이 극을 보고나니 클래식 음악에도 관심이 생긴다.
다양한 공연을 보면 이렇 게 좋다.


라흐마니노프 : 박유덕
니콜라이 달 : 정동화
피아니스트 : 박지훈
바이올린 1 : 지현호, 신우근
바이올린 2 : 임수찬
비올라 : 이승구
첼로 : 강중구
더블베이스 : 최승규

1 2 3 4 5 6 7 8 9 10 다음


skin by mater