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젊은 베르테르의 슬픔.
중학교 다닐 때 읽었던 그 내용을 뮤지컬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큰 기대를 했다.
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지만 이 뮤지컬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.
내가 상상하던 그 베르테르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니...
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어쩌지 못해 마음 아파했던 가엾은 베르테르...
내 기억속의 그는 그랬었다.
뮤지컬을 보기 전에 책을 다시 읽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.
어린 시절의 감동을 그대로 느끼고 싶었다.
송창의라는 배우는 딱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베르테르 그 자체였다.
약간의 부족함도, 조금의 과함도 없었다.
1부에서 눈을 가득 채우던 눈물은 결국 하늘이 붉게 물들던 마지막 장면에선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.
두 시간 동안 나는 가장 감수성이 풍부했던 여중생으로 돌아갔다.
"미쳤나봐"를 연발하며 그렇게 나는 베르테르와 동화되어 갔다.
극중 베르테르가 술집 여주인에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있다.
난 그 대사가 롯데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차마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고 비유적으로 돌려 말한 거라 생각했기에 눈물을 뚝뚝 흘렸는데 객석의 많은 사람들이 그 순간 웃음을 터뜨려 당황스러웠다.
왜 웃는거야? 그 대사가 웃겨?
롯데를 사랑하지만 그녀와 함께 할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파요... 하지만 난 누구에게도 이런 내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없어요... 그래서 더 아파요... 라는 베르테르의 속마음을 사람들이 비웃는 것 같아 난 더 슬펐다.
공연을 같이 본 분이 인터미션 때 마지막 장면에서 막 우는 거 아니냐고 하길래 난 설마 그럴까 했는데...
하늘이 붉게 물듦과 동시에 내 수도꼭지는 고장이 나버렸다.
정말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박수도 제대로 칠 수 없었다.
책속의 베르테르가 그렇게 내 눈 앞에 서 있었고, 말을 하고, 웃고, 울고... 그리고 사라졌으니까...
'나 그대 이제 이별 고하려는데
내 입술이 얼음처럼 붙어버리면
나 그대를 차마 떠나려는데
내 발길이 붙어서...'
ost를 너무 사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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