무대가 높아도 너무 높아서 굳이 1열을 고집할 필요가 없겠다.
1열에 앉으면 바닥이 딱 눈높이.
극 시작 전과 인터미션에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참 좋다.
1막의 압권은 버터 냄새!!!
저녁을 안 먹고 공연을 보면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제어 못할 듯...
생각보다 냄새가 꽤 오래 넓게 퍼진다.
실제로 요리를 하는 건 국물에 채소 몇 개 집어 넣는 걸로 그치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 양상추 먹고 스프 를 먹고 음료를 마시고 그럴 줄은 몰랐다. 배고픈 상태로 보면 위험한 극이다...
은버트에게 점점 빠져드는 모습에서 옥프란은 처음부터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. 현실을 잊을 정도로 그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몸은 그에게 안겨 있지만 머리로는 안된다는 것을 너무나 명확하게 계속 드러낸다. 그 짧은 며칠 간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처럼 그렇게 사랑을 하는데 말이다. 초반에는 마냥 행복해해도 되지 않을까? 수십 년을 안고 살아가는 감정인데 옥프란은 처음부터 너무 죄책감과 함께하는 것 같다.
당근을 하도 먹어서 토끼가 될 것 같았다는 은버트는 참 귀여운데 초면에 남의 밭에서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양동이에 든 물에 손을 넣어 참방참방하더니 여기저기 슥삭슥삭 샤워하는 건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? 책에서는 정중하게 씻어도 되냐고 물었던 거 같은데... 프란체스카를 대놓고 유혹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냥 씻어도 되냐는 대사 한 마디 추가했으면 좋겠다.
처음 다리를 방문했을 때 옥프란에게 주려고 꽃을 꺾는 은버트.
그때 갑자기 옥프란이 "그거 독초에요!!!" 하니 기겁하며 꽃을 있는 힘껏 내던지면서 뒷걸음치는데 그 모습이 웃겨 죽겠는 옥프란.
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낄낄낄낄낄 거린다. 귀여우니 비웃지마 ㅠㅠ
여러 씬에서 배우들이 직접 무대 세트를 이동시키는데 그 후 거의 무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을 때가 있다.
남의 외도를 지켜보는 이웃의 시선 뭐 그런 의도 같은데 조금 불편했다.
불륜에 초점을 맞추면 답이 없는 극인데 자꾸 의식을 하게 만드는 장치가 몇 개 있다.
계속 걸려오는 버드의 전화도 그렇고...
이런 장치가 아예 없으면 둘의 사랑이 너무 아름답게만 그려지게 될 것 같은지 프란체스카의 죄책감을 자꾸 끄집어 낸다.
2막에서만 일부분 보여주면 안 되었던건가...
사실 1막까진 그냥 그래서 두 번 볼 일은 없겠다~ 생각했다.
책을 읽을 때의 잔잔한 느낌이 무대로 옮겨지면 지루할 것 같다는 거의 그 느낌이 맞았다.
그런데 2막 중반부터는 눈물바다.
특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부터 갑자기 옥프란에게 빙의되더니 컷튼콜때도 줄줄줄...
이 와중에 옥프란은 은버트를 사랑한 것도 있었지만 자신의 자유를 위해 떠나려는 욕망이 더 컸던 것처럼 보였다.
은버트와의 사랑은 잠자고 있던 자유에 대한 욕망의 물꼬를 트는 하나의 계기였달까?
어쩌면 그래서 더 옥프란에게 공감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.
상현 버드는 다 알고 있지만 가정이 소중하고 떠나지 않은 옥프란에게 너무 고마워하는 느낌. 불쌍해. ㅠㅠ
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데 마치 옥프란이 어떻게 이야기 할 지 다 알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었다.
복잡미묘함이 담겨 있는 한 마디. "미안해"
찰리의 넘버로 수십년이 흐르는 과정을 보여준 건 참 좋았다. 나윤 마지는 믿보배.
마리안과 키아라는 조금 더 지나봐야 알 것 같다.
넘버는 좋은데 캐릭터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.
굳이 전처와 언니가 대사로만 존재하지 않고 배우로 등장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.
로버트 : 박은태
프란체스카 : 옥주현
버드 : 이상현
찰리 : 김민수
마지 : 김나윤(김희원)
마리안, 키아라 : 유리아
마이클 : 김현진
캐롤린 : 송영미





덧글
공연을 보지 않았지만. 그간 사진으로만 봐도 아련한(?)느낌이라 내가 어릴때 느꼈던 책에서의 느낌과는 사뭇 다를꺼 같아서~ 이번 후기 완전 잘썼다. 그냥 극에 녹아드는 느낌~ ㅋ